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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Archive

나의 Dream Factory를 떠나던 날

2013. 11. 29 이사 하던 날.......새로운 집의 등기필증을 받고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을 하며 생각에 잠긴다....

2007년 이맘때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혼을 앞두고 둥지를 틀 집을 찾고, 이 곳에서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내 인생에서 집을 장만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가족이 있고, 집도 있고....


짧다면 짧고 길다고 해도 괜찮을 듯한 시간 6년.....


결혼도 하고, 승진도 하고, 첫째가 태어나고, 둘째가 생기고.... 나에겐 정말 둥지와 같은 집이었다.


비록 은행의 도움으로 빚을 내서 구입했지만, 열심히 살아보자는 굳은 결심이 큰 담보였다 생각한다.


작은 평수라도 나에겐 너무나 크고 멋진 공간이었다.


남향에 16층... 앞으로는 저 멀리 김해공항과 낙동강이 보여서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하는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다.


야경도 무척 아름답고....


뒤로는 금정산 고당봉이 보이고, 저 멀리 양산까지 보인다.


앞뒤로 날씨가 맑은 날은 정말 멀리 까지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이었다.


처음 부터 전세를 구하지 않았다.


내 가족은 적어도 두 다리 뻗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집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제적으로 봤을 땐 꽝인 가장이다.... 형편을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 집은 부의 축적이나 증가를 위한 도구가 아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따뜻한 밥 먹으면서 웃고 잠들 수 있는 공간이다.


2년마다 돌아오는 전세 만기를 걱정하고, 오를 전세금을 고민해야하고, 어디로 이사 갈지를 정기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뭐가 그리 힘든 일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차라리 전세로 살면서 더 모으고 나중에 한번에 큰 집으로 옮기라고 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니 그렇구나라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


전세 만기를 걱정하는 일, 전세금을 얼마나 올려달라고 할까 고민하는 일, 어린 애들을 데리고 또 어디로 이사가야 할까 걱정하는 일....


난 이런 걱정에 따른 스트레스가 가져오는 비용이 은행의 도움을 받는 비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확실히 계산된 미래와 바꾼 것이다.


대신 그 시간에 더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원금과 이자가 지출되는 부담이 위의 정기적인 걱정과 고민보다는 마음은 편하니까....


오히려 부채가 있어 수입 지출에 상당히 꼼꼼하게 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경제 전문가나 자산 전문가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경제적인 관념이 꽝인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감당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온전한 공간은


은행 빚을 매달 갚아 나가는 지출보다 훨씬 더 비싼 가치를 가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가족이 많지도 않은데 짐은 어디서 저렇게 나오는지 모르겠다.


처음 이 집으로 오면서 두 사람이 각자의 집에서 가져온 작은 짐들이 있었고,


가구도 단촐하게 들였는데, 살다보니 이렇게 짐이 하나씩 늘었다.


짐을 정리하다 보니 버릴 것도 많았고, 깜빡 잊고 있었던 것들도 찾았다.


점점 쌓여 가는 짐을 보면서 정말 내일이면 이사를 가는구나 실감이 났다.




24평 아파트인데, 방이 2개인 구조라 방은 큰편이다.


신혼 살림으로 방2칸이면 충분했고, 방이 3개인 같은 평수 구조보다는 훨씬 활용도가 높았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공간이었다.


이 방에서 방구석 기타리스트 프로젝트로 홈레코딩도 하고, 동영상도 편집하고 했었다...


필름스캐닝 작업도 하고, 디지털 사진 작업도 하고....


그리고 인터넷 쇼핑을 하던 핵심적인 공간 ㅡ,.ㅡ;;;;;;;;;;;;;;;;;ㅋㅋㅋ


저 녹차라떼 같은 크리미한 초록색의 벽지가 마음에 들어 이번에 이사간 곳에서 내 방은 녹차라떼 색 벽지를 썼다..^^




편하게 누워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던 극장이 도기도 했고,


내가 다이어트를 위해 열심히(?) 운동하는 휘트니스 클럽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구겨진 옷을 다림질 하던 세탁소 이기도 했고,


아이와 함께 뒹구는 키즈카페였던 거실...


작고 아담했지만, 많은 시간을 우리 가족을 편안하게 해 준 공간이다...




나에겐 무척 중요한 공간....


주방은 나에게 뭐랄까... 도전과 창조의 욕구를 마구마구 불러일으키는 장소였다.


신혼 초 와이프 보다 퇴근거리가 짧아서 일찍 오게 되니 자연히 저녁은 내가 하게 되고,


와이프가 점심을 도시락 먹는다고 하니 아침에 도시락을 내가 준비하게 되고.....


한 번도 제대로 요리라는 것을 배운 적은 없는 내가 밥을 짓고, 국과 찌개를 끓이고, 스파게티도 만들고


어느 날은 퇴근하고 집 앞 수퍼마켓에서 각종 재료를 사와 소고기 전골도 만들고...


시간이 갈 수록 메뉴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요리가 참 즐겁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요리라는 것은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점점 나만의 레시피로 뭔가 만드는 일이 즐거워졌다^^


아... 그래서 요리를 하는구나....하고 말이다...ㅎㅎㅎ


커피를 접하고는 주방이 한 순간에 카페로 변하게 되긴 했지만...ㅋㅋㅋ


주방은 참 creative한 공간이라 생각한다!!!




이사 하는 날 아침이다.


잠을 설쳤는지 새벽 일찍 눈을 뜨고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앞 베란다에 나가 이 곳에서 마지막으로 풍경을 감상한다...


짐을 다 싸놓아서 커피를 한 잔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사짐 센터에서 나오셔서 바닥재를 깔고 파란 박스와 노란 바구니를 들고 오셔서 


짐을 하나씩 하나씩 담기 시작한다..


이때서야 비로소 '진짜 이 정든 곳을 떠나는 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중한 우리 짐을 옮기시는 이사짐 센터의 직원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짐을 나르고 싣고 하면서 아주 즐거웠다.


나에게 안도와주셔도 되니 그냥 말씀만 해달라고 하시는데,


놀면 뭐할까....ㅎㅎㅎ


포장된 짐을 내놓으면 엘리베이터에 싣고 1층까지 운반하는 것 좀 도와드린 것 뿐인데 


너무 고마워 하시니 나도 덩달아 즐거웠다.


포장 이사를 하면서 사실 집주인이나 가족들은 따로 할게 없는게 사실이다.


그리고 괜히 옆에 있어봐야 일하는데 방해만 되고....


또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맡기는 일이기에 내가 나서서 할 필요는 없다는 말도 맞다.


그런데 나는 그런게 잘 안된다.....


내가 마음이 불편해서 인지... 저렇게 힘들고 바쁘게 움직이는데 가만히 있는 것이 미안하다고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이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난 그렇게 차가운 사람이 못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사람이 만나면서 부대끼고 하면서 어떻게 그냥 모른척 팔짱만 끼고 서서 구경만 할 수 있나....


내 천성이 그런 것을...^^



이사짐을 나르면서 이사짐 센터 소장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박장대소도 하고...ㅋㅋ


커피가 없어 수퍼마켓 뛰어가서 따뜻한 캔커피 사다 나눠드리니 다들 좋아하시고~


그랬더니 마구마구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시고~ ㅋㅋㅋㅋ


새로 옮긴 집에서  중국음식을 시켜서 다같이 앉아 먹는데,


이 중국집이 참 센스가 있는게 많이 시켰더니 서비스로 고량주 2병을 주네? 이야~~ 이집은 바로 냉장고에 광고지 부착 1순위다...ㅋㅋ


점심 먹으면서 반주로 고량주 한잔씩 하면서 또 이야기 보따리 풀리니


연세 많으신 어르신께서 이사관련 업을 하게된 이야기도 듣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아야 하는지를 느끼게 되고,


아... 정말 프로는 다르구나.... 마인드 부터가 다르구나 느끼게 되었다.


우연한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을 배우게되는 기회가 된 것이다.


매 순간 우리는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배울 것이 있음을 잊지 말자!!



그 어르신과 대화하면서 그분이


"젊은 친구가 어른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아주 멋지네~, 잘 살겠어~ "


칭찬까지 해주셨다.... 난 그냥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 쳐준거 밖엔 없었는데 말이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맞장구 쳐주는 것이 뭐 힘들게 있나~ 


그런데 그렇게 하면 칭찬도 듣고 기분도 좋아지고~ 이런게 사람 사는 맛이구나 싶었다^^


이사 하면서 좋은 분들과 짐도 나르고 즐겁게 짐도 옮기고 새로운 곳에서 즐겁게 출발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하루였다^^




1605호... 나에게 너무나 큰 선물들만 한가득 주었던 곳...


와이프와 두 아이가 생겼고, 진급도 하고, 음악과 사진 그리고 커피 등 나의 호기심을 마음껏 탐구하게 했던 곳...


20대의 힘들고 어두웠던 시기가 30대에 이 집에서 전환점을 맞이 했던 곳....


심리적으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늘 편안했기에 즐거움이 더 많았고, 그런 즐거움은 새로운 목표와 도전에 기폭제가 되었던... 


나의 Dream Factory... 내 가족의 따뜻한 둥지....


젊은 괴테가 슈트라스부르크에서 전환점을 맞이하고 문학의 거장이 되었지....


이 집은 나에게 슈트라스부르크와 같은 곳이다.


고맙다... 잘 있어~


추운 날씨에 부르트고 건조한 얼굴에 뜨거운 무언가가 흘렀다.


마지막으로 문에 손을 얹고 긴 쓰다듬을 나누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아래서 올려다 보며 내려가는 길에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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