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Acousticguitar & Music>
어쿠스틱기타(일명 통기타)를 처음 잡아 본 것은
1996년 대학 1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학과방에 들어서면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서
예비역 형님들이 열심히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부르는 장면이
지금도 머리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우리과 뿐만 아니고 옆에 다른 학과방에서도 기타소리와 노래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그때....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나에게 기타는 하나의 로망이었고,
예비역 선배들 틈에서 조금씩 어깨너머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배웠다기 보다는 그냥 따라서 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매일 두꺼운 가요책을 한장씩 넘기며 노래를 부르다보면
손가락에 피도 나고, 굳은 살도 배기고 손가락 근육이 뻐근해져서
이걸 어떻게 계속 치냐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한 순간이 지나면 그러한 과정이 일종의 성장통이 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옛날 가요책이 확실히 멜로디도 좋고, 가사도 좋은 것 같다.
호흡도 길지 않아서 기타연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어린 나이에 그런것이 캠퍼스의 낭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틈만나면 사람들과 함께 기타를 튕기며 노래 불렀던 그때...
비오는 날이면 수업을 째고 낮술을 마시면서 노래를 불렀던 그때....
지금와서는 하고싶어도 할 수 없는 추억이었다.
비록 공부는 못했지만, 그런 추억이 나에게 있다는 지금의 나에겐 큰 의미가 있다.
내가 그 이후로 음악에 빠져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쿠스틱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던 나에게
어떤 예비역 선배 한 명이 나에게 'Collective Soul' 이라는 밴드의 앨범을 들려줬다.
아.... 그때의 그 충격이란....
밴드 음악이 이런 것이구나 느끼게 되면서 난 스쿨밴드 동아리를 찾아 나섰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각 파트가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면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나를 전율 시켰고,
무엇보다도 라이브라는 것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나도 꼭 무대위에 서보리라....
스쿨밴드에 들어가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했다.
처음에는 일렉기타로 하려고 들어갔는데,
우리 기수에 기타를 하려는 친구가 있는 바람에
난 차선책으로 베이스 기타를 맡게되었다.
괜찮다... 내가 무대 위에서 사람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어떤 파트라도 괜찮았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1997년 가을에 스쿨밴드의 정기공연을 하게 된다.
그때 한참 스쿨밴드의 필수곡이라는 'Metallica(메탈리카)'곡을 많이 카피했었다.
트래쉬 메탈이라는 장르가 확실히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즐거움을 주고,
관객들과 함께 즐기기엔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된 게리무어의 'Still got the bluse'는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블루스라는 장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기타라는 악기의 매력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기타라는 악기를 내가 꼭 다루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이제 전공에 전념하다 보니
자연스레 악기를 손에서 놓게되고, 그 열정마저도 책장 사이사이 뭍혀버릴 때 쯤....
간간히 스쿨밴드의 OB팀으로 공연을 하면서 다시금 시들어졌던 나의 열정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스쿨밴드의 선배 중에 정말 음악적으로 대단한 능력을 가진 분들이 많다.
그 중의 한 분은 뮤지션으로서의 능력이 탁월한 분이신데,
이분을 통해 밴드 음악이 아닌 더 큰 의미에서의 '음악'을 생각하게 되었다.
'음악'을 통해서 진정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고민을 거듭하기 시작했고,
나름 내린 결론이
'내 삶의 즐거움' 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음악을 통해서 나는 즐겁기를 바라고 있고,
그런 나를 통해서 나의 주변 사람들이 즐거워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러한 결론에 나는 그때부터 좀더 나를 위한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일렉트릭 사운드의 기계음 보다는 역시 공간감과 여운이 감도는
어쿠스틱 사운드가 가장 오래동안 사람들과 함께 하는 데 좋은 음악라 생각했다.
무려 10년이 지나서야 다시 어쿠스틱 기타를 손에 잡게 되었다.
너무 오랜만에 잡아서 인지 어색하고,
이미 손가락 끝에는 굳은 살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다시 나의 손가락 끝에는 물집이 잡히고, 피가 나고, 굳은 살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10년전에 느꼈던 성장통을 다시 느끼면서 뭔지 모를 희열이 나를 감싸고 있음을 알았다.
이런 과정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과 성취감이 어떻게 보면 음악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금 기타를 손에서 놓지 않은지 3년째 접어들고 있다.
그 동안에 제대로 된 레슨이란 것을 받아 본 적의 거의 없다보니
기초가 그만큼 안되어서 잘못 굳어버린 습관들도 있다.
내가 훌륭한 뮤지션이나 프로 연주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까지 프로들에게 레슨받고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한계라는 벽이 다가오기 마련이고,
이 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
3년간의 시행착오....
이 시간을 통해 어떤 음악을 내가 하고 싶어하고,
어떤 악기를 내가 연주하고 싶어하는지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금전적인 출혈도 상당히 심했던게 사실이다.
No Pail, No Gain!!
이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성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즐기면서...
웃으면서... 내 주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그렇게 기타를 배워나가고 싶다.
이제 나에게 있어서 기타는 떼어버릴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일상에서 지친 나에게 끊임없는 에너지를 불어 넣어 주고 있고,
관련된 여러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주고 있고,
내가 멈추지 않고 항상 움직일 수 있도록 자극을 주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를 통해 나의 아이덴티티가 조금 더 분명해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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